[뇌신경센터 김성희 교수] 어지러우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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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우세요?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김성희 교수 어지럼증은 아주 흔한 증상입니다. 성인 인구의 10%는 어지럼 때문에 고생한다고 합니다.10%는 주목할 만한 수치입니다. 10명 중의 한 명은 ‘어지럽다’고 느끼다니!지금 잠깐 눈을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아니면 오늘 하루 동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헤아려 보세요. 오늘 여러분은 말 못할 어지럼증 때문에 고생한 사람은 적어도 한 명쯤은 만나보았을 지 모릅니다. 어지럼증은 흔하지만 까다롭고 어려운 증상 중의 하나입니다. 정말 많은 병들이 어지럼증이라는 동일한 증상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석증,메니에르병,전정신경염, 소뇌경색, 뇌간경색, 자율신경계 결함, 편두통성 어지럼증,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기립성 저혈압, 약물 유발 어지럼증, 부정맥, 저혈당 등등….이 많은 병들 중에서 어떤 것이 여러분의 어지럼증을 일으키고 있는지 어떻게 구별할까요? 어지럼의 ‘왜’를 알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자가장 중요한 열쇠는 비싸고 복잡한 검사가 아닙니다. 모든 진료의 근간이 되는 단순한 일, 바로 상세한 병력을 아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어지럼증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찬찬히 얘기해주실 수 있다면,‘왜’에 대한 해답은 멀지 않습니다.예를 들어 볼까요? “3일 전 아침에 눈을 떠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팽-돌면서 속에 메슥거렸어요.어, 왜 이러지-하면서 잠깐 진정하고 있으니까 좀 괜찮아져서 화장실에 갔는데요. 양치하는데도 이상하게 속이 계속 울렁거리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화장실 다녀와서는 침대에 다시 누웠는데,또 팽-천정이 완전 뒤집히고 막 도는 거에요.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토했어요. 병원에 갈 정신도 없어서 참고 한숨 자고 나니까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또 핑핑 돌았어요. 왜 이러지요?제 머리가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평소 건강하고 별다른 약물 복용 병력이 없던43세 여자분이 들려준 얘기입니다.이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다음 몇 가지로 간추려볼 수 있습니다. 언제: 3일 전 아침부터, 계속 똑같이 어지럽진 않고 심했다가 가라앉다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 어디서, 즉 어떤 상황에서: 침대에서 일어날 때, 침대에 다시 누울 때 어떻게: 핑핑 도는 어지럼증 (현훈, vertigo)이 발생, 메슥거림(오심)과 구토를 동반, 가만히 진정하고 있으면 완화. 이석 때문에 발생하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흔히 ‘달팽이관이 잘못 되었다’ 또는 ‘달팽이관에 돌 빠졌다’고들 하시는 바로 그 병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달팽이관(cochlear)은 소리를 듣는 데 관여하는 청력 기관이므로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석증의 발생에 관여하는 귀의 평형기관은 달팽이관이 아니라 세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입니다. 세반고리관은 우리가 머리를 회전할 때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회전 운동에 맞춰서 눈과 머리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인데, 한쪽 귀마다 세 개의 좁은 고리가 서로 대략 90° 가량의 각도를 이루면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람의 귀에는 정상적으로 이석(otolith)이라고 불리는 매우 작은탄산화결정체들이존재하는데,본래구형낭과원형낭의이석기관(otolithic organ)에 자리잡고 있는 이 자그만 이석들은 인체의 중력을 감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 이석들이외상이나 노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세반고리관으로 굴러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이 좁은 관 안으로 잘못 들어간 이석은 어떻게 될까요? 머리를 전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세반고리관이 움직이지 않고, 따라서 이석도 가만히 있으므로 특별한증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뒤로 머리를 젖히게 되면, 세반고리관 안에 있던 이석이 굴러가면서 세반고리관의 흥분 상태를 유발하고, 그에 따라서 비정상적인 눈의 떨림(안진, nystagmus)을 유발합니다. 이제 환자분의 상세한 병력을 듣고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면, 이 다음 단계로 해야 할 것은 환자분이 호소하는 증상을 그대로 재현해보는 겁니다. 즉 진료실에서 직접 환자를 눕혀보기도 하고, 일어나 앉히기도 해보면서 정말 어지럼증이 유발되는지, 그리고 자극하는 세반고리관 작용 방향에 따라서 나타나는 안진이 맞는지 확인해 봅니다. 이때 진료실에서 프렌젤(Frenzel) 안경을 사용하여 안진의 양상을 좀 더 정확히 관찰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프렌젤 안경은 볼록렌즈를 장착한 특수 안경인데, 환자가 외부 물체에 대해서 시선을 고정시킬 수 없도록 막아주면서, 볼록렌즈를 통해피검자의눈 움직임을 확대시켜 검사자에게 보여주므로 눈떨림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더욱 자세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비디오-안진기(video nystagmography)를 사용하여 눈의 움직임을 삼차원적으로 분석하고 그래프로 나타내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들을 통해서 정말 이석증이라고 확인하면, 치료는 이석정복술(canalith reposition maneuver)이라는 물리 치료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석증은 본래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작은 돌들이 제 자리에 있지 못하는 병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보다는 이석을 본래 자리로 되돌려 넣는 물리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일부의 경우에선 어지럼증, 오심, 구토 등의증상이 너무 심하다면 약물치료와 병행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요새 5-6달 전부터 잠깐씩 어지러운 기분이 들긴 했는데.. 어제 오전에 회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상이 막 돌고 메슥거리고 뒷머리도 엄청 띵하게 아팠어요. 견딜 수가 없어서 회의 도중에 나와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는데 그래도 계속 정신없이 돌고 옴짝달싹 못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택시 태워줘서 집에 간신히 가서 한숨 자고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해봤는데 막 비틀거리고 몸이 기우는 게 꼭 술 취한 사람 같았어요. 오늘 아침엔 어제보단 덜 하긴 한데 그래도 계속 너무 어지러워서 왔습니다.” “최근에 감기에 걸렸거나 머리 다친 적은 없었나요? 어지러울 때 귀에서 소리가 심하게 나거나, 높은 데 올라간 것처럼 귀가 먹먹하진 않았나요?” “아뇨. 요즘 과로하느라 잠을 못 자긴 했는데 다른 일은 없었어요. 귀에서 소리 나고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지금도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서 힘들어요.”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고 있었던 이 57세 남자 환자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언제? 1일 전 오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어디서? 즉어떤 상황에서: 회의 도중 갑자기 발생, 엎드려 있거나 자세 바꿔도 거의 변화 없이 계속되며 어떻게? 현훈과 두통, 그리고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보행실조, ataxia)을 동반. 급성자발현훈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머리의 움직임과 특정 자세에 따라 증상이 유발되는 이석증과 반대로, 급성자발현훈은 갑자기 발생해서 머리 움직임과 큰 상관 없이 증상이 지속되는 특성을 가집니다. 내이의 전정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전정신경염, vestibular neuritis)와 후뇌동맥 순환계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소뇌/일부 뇌간 경색(cerebellar/focal brainstem infarction)이 대표적으로 급성자발현훈을 유발합니다. 이 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도 눈이 떨리고 있는지(자발안진, spontaneous nystagmus), 특정 방향으로 눈을 움직일 때 안진의 방향이 바뀌는지(주시유발안진, gaze-evoked nystagmus), 머리를 급속도로 돌릴 때 머리 회전 운동에 부합하는 눈 운동 반사가 잘 유발되는지(두부충동검사, head impulse test), 그리고 서 있거나 걸을 때 균형 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있진 않은지(자세균형검사, balance test)를세심하게 검사하고, 이 검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해석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만일 관찰되는 소견들이 전정신경염과 같은 귓병보다는 소뇌나 뇌간의 뇌졸중을 더 시사한다고 한다면, 서둘러 머리 MRI 검사 등을 시행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밖에 평소에 두통이 잦았던 분이 한쪽 머리가 욱씬욱씬 아프면서 갑자기 어질어질하기까지 하다면, 편두통성 어지럼증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편두통을 가진 환자들의 절반 가까이에서 두통이 있을 때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평소 두통이 있을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차멀미하는 기분이 들거나, 심하면 토하진 않았나요?밝고 현란한 불빛을 보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을 때 두통이 더 심해지진 않았습니까? 두통이 보통 몇 시간 정도 지속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있는지요? 일반적으로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편두통(migraine)이라고 말하려면 상기의 질문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종합하여 진단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가장 흔한 두통인 긴장성두통(tension headache)에 쓰이는 일반 진통제들이 편두통 환자들에게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중요한 첫 단추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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