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정재훈 교수] 신학기 증후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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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증후군 (新學期 症候群)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단어로써,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증세를 뜻한다. 의학 용어가 아니므로 정신건강의학과적 진단으로는 ‘분리불안장애’나 ‘적응장애’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성인은 모두 성장과 발달을 하면서 일종의 전환의 시점을 겪는데, 그 중 큰 변화가 발생하는 전환의 시점에는 처음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생에서 큰 전환의 시점으로는 소아의 경우, 3~4세 때 어린이집을 처음 갈 때, 어머니(애착대상)와 최초로 장시간 떨어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분리불안 증상(병적으로 심한 경우 분리불안장애라고 함), 사춘기와 함께 소아기에서 청소년기로 전화되는 시점에서 겪는 신체 및 심리적 변화를 들 수 있으며, 성인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업무 및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다 발생하는 우울, 불안,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병적으로 심한 경우 적응장애라고 함), 결혼과 자녀 출산 후 부부가 육아와 양육을 하게 되면서 겪는 생각, 감정, 행동 및 관계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소아기는 한창 발달이 진행 중인 시기이다 보니 어느 정도 발달이 성숙된 성인보다 이러한 전환의 시점을 견디고 극복하는 것이 더 힘들다. 특히, 소아·청소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므로, 학교에서의 생활 및 친구관계가 아주 중요하며, 신학기가 되면서 학습량의 증가, 새로운 선생님 및 친구들과의 관계와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불안증상이 심해지고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신학기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동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는 지지체계가 중요하며, 이러한 지지체계 중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는 학령기 소아·청소년의 발달 시기에 따라 학교에서 겪는 변화와 신학기 증후군의 증상 및 대처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 초등학교 시기: 유치원 때까지 주로 발달과 놀이 위주의 시간을 보내며 지내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동들은 부모와 떨어져 30여명의 또래들과 같은 반에서 한 시간에 40분의 수업을 듣게 된다. 이로 인해 학습량의 증가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비롯한 학습 부담, 선생님 및 또래와 소통하며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회성과 같은 발달과업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적응상의 어려움을 겪는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고 아침에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고 한다든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기도 한다. 또한 학년이 바뀔 때도 학기 초에 새로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적응장애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부모는 신체화(과도한 심리적 불안이 통증과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 꾀병과 달리 실제로 통증을 느낌)를 통해 부모의 동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아픔을 핑계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부모를 조종하여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아동의 이차 이득(secondary gain)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중학교 시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는 시기 역시 발달과정에서 큰 전환기이다. 특히 중학교 시절은 사춘기(요즘 아이들은 발달이 빨라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기도 함)로 인해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듯이 심리적 변화가 극에 달하는 시기이므로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감정기복과 함께 늘어나는 학습 요구량을 견디기 힘들어 하며, 이로 인해 부모와 갈등이 잦은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제 2의 분리개별화시기로써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라 부모의 지적이나 간섭에 저항하고 부모보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친구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여 친구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등 부단히 노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성끼리는 더욱 깊은 우정이 형성되고 이성과의 교제를 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중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되면 아동들은 신체적으로 더욱 성장한 자신의 모습과 함께 소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남녀로서의 성역할과 중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함께 늘어나는 수업과 엄격한 학교 분위기, 비공감적 교사들의 태도,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까하는 예기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 고등학교 시기: 고등학교 시기는 사춘기가 지나간 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면서 자신의 신체와 성에 대한 긍정적 수용을 하게 되고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면서 꿈을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적능력을 개발하는 시기이다. 또한 우리사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입시가 시작되는 시기로 학습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고 학습과 관련된 일로 부모와 지속적인 갈등을 겪기도 하는 시기이다. 학습이나 진로문제로 부모와 대립하기도 하고 기대치가 높은 부모의 요구에 힘들어 하며, 저항을 하기도 하고 자학을 하기도 하다 우울감(병적으로 심한 경우 우울장애라고 함)을 느끼기도 한다. ◇ 대처 방법: 초등학생인 경우, 아직도 부모의 관심과 돌봄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지 부모가 민감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며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유치원을 잘 다녔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 증상을 보인다면, 부모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하고 무리하게 학교를 보내는 것 보다 아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알기 위해 아이와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아이가 잘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와 같이 놀거나 어울리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다음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아이의 행동이나 주변 정보를 통해 아이가 불안해 할 이유를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부모의 공감과 이해가 중요하며, 아이의 불안이 왜 그런지 부모가 이해하였다면, 아이와 함께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본다던가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게 되면 장시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 두렵고 막연히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아이라면, 부모가 아이에게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입학하기 전에 부모와 같이 학교에 가서 학교를 둘러보고 어떤 시설이 있는지 확인도 미리 해보는 것이 아이의 불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될 친한 친구가 있다면, 처음에는 그 친구와 같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학기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다가오는 학교생활에 맞추어 아이가 미리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돕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불안수준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통해 학교수업 시간을 견디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저녁에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 아이가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학습이나 친구관계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중·고등학생인 경우,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신의 힘든 점을 부모에게 잘 이야기 하지 않으려는 성향으로 인해 부모가 아이의 힘든 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용히 학교에 잘 다니고 있으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부모의 관심과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권위 있으면서도 때로는 친구 같은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며, 남자 아이의 경우 아버지를 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 양육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양육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부모는 구체적 규율을 정하여 그 규율 안에서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허용하며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만약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아이의 컨디션에 맞추어 서서히 대화를 시도해 보고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면, 아이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야외활동(예; 배드민턴, 탁구)을 같이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의 힘든 점에 대해 부모가 알게 되었다면, 부모는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태도를 보여 아이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며, 부모가 먼저 나서는 것보다 아이가 관계문제나 적응상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불안이 심하여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과호흡을 하게 되면, 이를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복식호흡이나 근육이완법 같은 방법을 알려주고 미리 연습하여 아이가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불안증상이나 우울증상 및 등교거부 증상을 보인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상으로 학령기 시기별로 신학기 증후군의 증상과 대처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경험만을 하면 좋겠지만 신학기 증후군과 같은 알게 모르게 작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나 스스로 회복하기에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힘들 때는 언제든지 도와주고 옆에서 지켜주겠다는 부모의 듬직한 믿음과 사랑이며, 때로는 나침반처럼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석처럼 앞에서 끌어당기거나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며 밀어주는 부모의 자세, 그리고 항상 대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하려는 부모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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