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정재훈 교수] 틱/뚜렛장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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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자꾸 깜빡이다가 최근에는 머리도 흔들어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어머니가 불안한 얼굴로 진료실로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다. 아들도 어머니의 말에 어머니를 자꾸 쳐다보며 ‘뭔가 잘못된 듯한’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어머니는 먼저 안과에 가서 속눈썹이 눈을 찌른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한 후 1학년 때 까지는 좋아지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2학년이 되어서는 머리까지 흔들자 결국 소아정신과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아이는 코를 자꾸 ‘흠흠’하며 들이마시는 행동을 하여 어머니가 이비인후과에 먼저 데려가 비염이라는 말을 듣고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지속되자 결국 소아청소년과에 들러 ‘틱’일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소아정신과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소아정신과 외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어머니들이 안과나 이비인후과에 먼저 간 것이 잘못된 행동도 아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로서 일단 눈에 보이는 아동의 증상과 관련된 진료과에 먼저 가서 진단를 받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행동이라 말하고 싶다. 다만,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틱장애 처럼 소아정신과에서 전문적으로 보는 질환에 대한 충분한 이해의 부족과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번 칼럼을 통해 틱 및 뚜렛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내 안의 편견과 남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틱에 대해서는 요즘 젊은 부모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다. 하지만 실제 본인의 아이가 틱을 하게 되면 눈앞에 보이는 모습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동보다 더욱 견디기 힘들어하여 ‘하지마라’고 지적을 해보기도 하고 야단도쳐보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불안감에 빠져 결국 병원을 찾게 된다. ▶틱&뚜렛 장애란? 이처럼 틱은 갑작스럽게 빠르고 반복적이며 비율동적인 행동이나 소리가 나타나고 신체의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으며, 변화무쌍하여 증상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기도 한다. 눈을 깜빡이다 머리나 손을 흔들기도 하고 ‘킁킁’ 소리도 내기도 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운동틱을 연달아 하여 부모들을 놀라게 만든다. 경과를 요약하여 말하자면, 3~8세에 시작하여 만성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10~12세에 최고조) 학습 및 또래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일부는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틱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어 초기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60~80%에서 증상이 사라지거나 상당히 줄어들어 일상 및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 가지 증상의 운동틱이나 음성틱을 보이는 경우는 치료하지 않아도 1년 안에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경우도 있지만, 틱 중에서도 좀 더 복합적인 여러 가지 운동틱과 한 가지 이상의 음성틱이 동반되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뚜렛 장애라고 한다. 뚜렛인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으면, 경과가 나빠져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에 치료를 하여야 한다. ▶틱의 원인과 치료 틱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임신, 약물, 자가면역,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뇌의 기능적 이상에 의한 운동장애로 보아야 한다. 아동의 경우 뇌의 기능적 발달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시기이고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피질-선조체-시상-피질(cortico-striato-thalamo-cortical; CSTC) 회로의 기능장애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CSTC 회로를 구성하는 뇌신경이 상호작용을 하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 중에서 도파민이 가장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틱의 경우 주로 CSTC 회로 내의 도파민의 과다활성으로 인해 뇌신경 각 부위 간 상호작용에 혼란이 초래되어 운동장애나 감정적인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틱은 뇌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신체 질환으로 보아야 하므로, 반드시 약물치료(주로 도파민 억제제 사용)를 하여야 한다. 혹여나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하고 스트레스 관리만 한다거나 놀이치료만 하면 틱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트레스나 불안은 당연히 틱 증상의 악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약물치료를 하면서 틱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행동치료 및 스트레스 조절을 위한 이완훈련이나 아동의 정서적 어려움을 다루기 위한 놀이치료와 같은 심리사회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어머니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데 굳이 약물치료를 일찍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틱을 치료하지 않으면, 틱 자체의 불편함 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은 또래들로부터 놀림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다툼을 자주 하게 되어 친구들과 관계가 악화되며, 아동 자신은 ‘친구들은 다 나를 싫어해’와 같은 피해의식이 생겨 더욱 위축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처럼 아동에게 2차적으로 발생 할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틱은 반드시 약물 치료를 하여야 한다. 약물치료 외에는 행동치료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습관역전 훈련(habit reversal training; HRT)과 노출 및 반응방지 훈련(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RP)이 가장 효과가 있다. 습관역전 훈련은 틱에 연관되지 않은 근육에 긴장을 가하여 틱을 할 수 없게 하는 경쟁반응을 통해 틱을 억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음성틱의 경우 입을 다물고 코로 천천히 호흡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틱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하여 약물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지만, 아동의 경우, 특히 유아나 초등학생인 경우, 훈련을 시켜도 동기가 약해 집에서 잘 연습하지 않아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어머니와 자주 다투게 되어 오히려 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더 실행하기 좋고 효과가 빠른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성인이 되어서도 틱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경미하게 남아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본인도 적응하여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초등학생 때처럼 놀림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증상이 좀 있더라도 습관역전 훈련이나 이완훈련을 스스로 반복하면서 증상의 호전을 볼 수 있다. 한편 틱장애는 동반되는 정신의학적 문제가 흔히 있으며, 그 중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강박장애가 가장 흔히 동반된다. 아동에서 보이는 틱 증상의 심각도 보다는 ADHD,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와 같이 동반되는 정신의학적 문제가 틱장애 아동의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다른 동반증상에 대한 평가(임상적 평가 및 심리검사)와 치료가 틱장애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빠른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 보다 틱장애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 아동의 변화무쌍한 증상을 완화시키면서 조절하여 또래관계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눈에 보이는 아동의 증상에 일희일비 하며 지적하지 말고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면서 아동의 모습을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치료를 하면 나아지고 학교생활도 더 잘 할 수 있으니 엄마와 함께 꾸준히 치료하도록 하자.’라고 격려 및 동기유발을 하여 아동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치료에 있어서는 아동의 연령과 발달수준이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부모가 알고 아동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격려 및 교육을 하여야 한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경우에는 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치료 동기 역시 떨어져 거부감을 보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시기에는 굳이 부모가 아동에게 틱에 대해 교육을 하여 아동을 이해시키는 것 보다는 틱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아동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호전시키기 위해 약물치료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욱 좋다. 예를 들면, 아동이 머리를 자꾸 흔들어 책을 볼 때 집중이 잘 안되어 보이면, 어머니가 ‘너 요즘 책 볼 때 집중 잘 되니?’라고 물으면서 아동이 ‘집중이 잘 안 돼요.’라고 말하면 ‘약을 먹으면 책 볼 때 집중이 더 잘 될 거야. 의사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약을 잘 먹어보자.’라고 격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부모가 명심해야 할 것은 약을 먹이기 위해 아동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동이 약물치료를 통해 머리를 흔드는 틱이 줄어들면 당연히 책을 볼 때 집중이 더 잘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식으로 유도를 해야지 전혀 다른 말을 하여 아동을 유혹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면 틱 증상에 대해 아동 자신도 인지하는 경우가 많고 인지하지 못하더라고 부모의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발달 수준이 되지만, 치료 초기에 아동이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보일 수 있으므로 이때는 약물치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아동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를 하면 ‘졸린다, 쳐진다, 살이 찐다.’와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최근에는 과거에 비하여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졸림이나 진정작용 같은 부작용이 적은 약들이 있으므로 안심하여도 되고 설령,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치료자와 잘 상의하여 약물을 조절하면 부작용 없이 꾸준히 투약할 수 있다. 오늘도 외래에서 ‘약을 먹고 있는데도 아이가 최근에 다시 머리를 너무 많이 흔들어요.’라며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아이가 힘들 때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부모의 믿음직스런 태도와 공감하고 격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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